심사 대응 노트 · Peer Review

Desk Reject 7가지 이유와
리비전 답변서 쓰는 법

심사에 넘어가지도 못하고 2주 만에 돌아오는 원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심사를 통과한 원고는 대개 답변서에서 갈립니다. 두 문서를 실무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HJ Institute of Technology and Management · 2026년 9월

투고 후 열흘에서 3주 사이에 오는 "we regret to inform you"는 심사 결과가 아닙니다. 편집자 선에서 걸러진 것이고, 심사위원은 원고를 본 적조차 없습니다. 학술지에 따라 다르지만 상위 SSCI 저널의 데스크 리젝 비율은 투고분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같은 원고가 다음 저널에서도 같은 이유로 반려됩니다.

1부. 심사에 넘어가지 못하는 7가지 이유

01Scope 불일치

가장 흔하고, 가장 억울하고, 가장 피하기 쉬운 이유입니다. 저널의 Aims & Scope에 적힌 문장은 장식이 아니라 편집자가 실제로 적용하는 체크리스트입니다. "정보시스템 저널이니 정보기술을 다룬 논문이면 되겠지"라는 판단이 위험한 이유는, 같은 기술을 다뤄도 저널마다 던지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저널은 조직의 의사결정을 묻고, 어떤 저널은 개인의 수용 심리를 묻고, 어떤 저널은 기술 자체의 설계를 묻습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목표 저널의 최근 12개월 게재 논문 20편의 제목과 초록을 읽고, 내 원고의 종속변수와 분석 수준이 그 안에 들어가는지 봅니다. 20편 중 비슷한 구조의 논문이 한 편도 없다면 그 저널은 후보가 아닙니다. 반대로 서너 편이 있다면, 그 논문들은 나중에 인용해야 할 선행연구이기도 합니다.

02기여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음

편집자는 초록과 서론의 마지막 문단만 읽고도 "이 논문이 기존 문헌에 무엇을 더하는가"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는 기여를 주제의 새로움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생성형 AI를 다룬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는 기여가 아니라 공백의 서술입니다. 그 공백이 왜 중요한지, 메우면 기존 이론의 어느 부분이 수정되는지가 기여입니다.

약한 진술 — "본 연구는 ChatGPT 사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강한 진술 — "기존 수용모형은 도구의 유용성이 사용을 견인한다고 보지만, 생성형 AI에서는 사용자가 결과를 검증할 수 없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본 연구는 검증 불가능성이 유용성-사용 관계를 약화시키는 조건임을 보이고, 수용모형의 적용 범위를 한정한다."

03표본과 방법이 주장을 지탱하지 못함

편집자가 방법 절을 읽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대신 몇 가지를 즉시 확인합니다. 표본이 연구 질문의 모집단을 대표하는가, 횡단 자료로 인과를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표본 수가 모형의 복잡도를 감당하는가, 측정도구의 출처가 명시돼 있는가. 특히 단일 시점 자기보고 설문으로 매개효과를 주장하면서 공통방법편의(CMB) 검정이 없으면 이 단계에서 걸립니다.

주장을 자료에 맞춰 낮추는 것이 원고를 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때가 많습니다. "영향을 미친다"를 "관련이 있다"로 바꾸고, 한계에서 그 이유를 명시하는 편이, 무리한 인과 주장으로 반려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04영문의 수준

내용이 이해되더라도 편집자가 "심사위원에게 보내면 언어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겠다"고 판단하면 반려합니다. 판단 기준은 문법 오류의 개수보다 학술적 관용입니다. 시제 사용(선행연구는 현재완료, 본 연구의 절차는 과거), 헤지 표현(may, appear to, suggest)의 적정 사용, 분야 표준 용어의 일관성이 그것입니다. 같은 개념을 어떤 문단에서는 intention to use, 다른 문단에서는 usage willingness로 쓰면 번역기를 돌린 원고로 읽힙니다.

05형식 미준수 (technical reject)

가장 아까운 반려입니다. Author Guidelines의 분량 제한, 초록 단어 수, 참고문헌 스타일, 표·그림 위치, Highlights·Declarations·Data Availability Statement 유무, 블라인드 심사용 파일의 저자 정보 제거. 이 중 하나만 어긋나도 내용과 무관하게 돌아옵니다. 특히 원고 파일 속성(Word의 작성자 정보)에 실명이 남아 있어 이중맹검이 깨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06선행 발표와의 중복

학위논문, 학회 발표문, 프리프린트에서 발전시킨 원고라면 그 사실과 추가된 부분을 커버레터에 먼저 밝혀야 합니다. 밝히지 않았다가 유사도 검사에서 걸리면 반려에 그치지 않고 연구윤리 문제로 넘어갑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여러 편을 쓰는 경우(salami slicing)도 마찬가지로, 각 논문의 연구 질문과 변수 구성이 실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

07커버레터가 형식적임

"Please find attached our manuscript"로 시작해 세 문장으로 끝나는 커버레터는 기회를 버리는 것입니다. 편집자가 원고 전문을 읽기 전에 판단할 근거를 주는 유일한 문서입니다. 여기에는 연구 질문, 기여 한 문장, 이 저널이어야 하는 이유(가능하면 해당 저널의 최근 논문 1~2편 언급), 윤리 승인과 중복 게재 여부, 이해상충 진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2부. 투고 전 10분 점검

아래 항목은 원고를 다시 쓰지 않고 10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투고를 하루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3부. 심사 결과를 읽는 법

심사에 넘어갔다면 결과는 대체로 네 가지입니다. 각각이 요구하는 대응의 강도가 다르므로, 감정보다 먼저 이 구분을 해야 합니다.

결정실제 의미대응
Minor revision게재 방향은 확정. 서술·표기·부분 분석의 보완 요구.2~4주 내 제출. 요구를 거의 전부 수용하되 근거는 명시.
Major revision기여는 인정하나 논리·분석의 핵심에 이견이 있음. 게재 보장 아님.4~10주.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 답변서가 승부처.
Reject & resubmit현재 원고로는 불가하나 자료·주제는 살릴 만함. 사실상 신규 투고.모형·프레이밍을 재설계. 재투고 시 이전 심사번호 언급.
Reject이 저널에서는 종료.심사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뒤 다른 저널로. 의견은 무료 컨설팅입니다.

4부. 답변서(Response Letter)의 표준 구조

답변서는 편지가 아니라 대조표에 가깝습니다. 편집자와 심사위원이 원고를 다시 읽지 않고도 "요구한 것이 어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조는 세 층입니다.

첫째, 총론. 편집자 앞으로 쓰는 한 문단입니다. 감사 인사, 이번 개정에서 바뀐 큰 줄기 세 가지, 원고의 분량·구성 변화 요약. 여기서 "모든 지적을 반영했다"고 쓰지 말고, 반영하지 않은 항목이 있다면 그것도 미리 알립니다.

둘째, 심사위원별 구획. Reviewer 1, Reviewer 2를 명확히 나눕니다. 심사위원은 자기 의견에 대한 답만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코멘트별 항목. 각 항목은 네 부분으로 씁니다. 심사 코멘트 원문 인용, 대응 요약, 변경된 본문의 인용, 그리고 위치. 위치는 "수정하였습니다"가 아니라 "p.14, 4.2절 두 번째 문단"처럼 특정돼야 합니다.

Comment 1-3. "The study does not address common method bias, which is a concern given the single-source cross-sectional design."

Response. We agree. We now report two procedural and two statistical remedies.

Changes. Section 3.4 (p.13) now describes the procedural remedies applied at the design stage (item separation, assured anonymity). Section 4.1 (p.16, second paragraph) adds Harman's single-factor test (first factor = 32.7% of variance) and the full collinearity assessment (all inner VIF < 3.3), following Kock (2015). Table 4 (p.17) is new.

영문 답변서라도 이 구조는 동일합니다. 분량은 심사의견의 두 배 안팎이 적당하며, 방어적인 수사나 과도한 사과는 넣지 않습니다. 심사위원이 확인하려는 것은 태도가 아니라 반영 여부입니다.

5부. 반영하지 않을 때 쓰는 세 가지 문장

모든 요구를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데이터로 불가능한 요구, 연구 질문을 벗어나는 요구, 심사위원 간 상충하는 요구가 있습니다. 거절은 가능하지만 근거와 대안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자료의 한계일 때 — 요구를 이해했음을 밝히고, 왜 현재 자료로 불가능한지 기술한 뒤, 대신 수행한 분석과 한계 절에 추가한 문장을 제시합니다. "We were unable to test the longitudinal path because the data were collected at a single point in time. To partially address the concern, we conducted ... and we now acknowledge this limitation explicitly in Section 6.3."

연구 범위를 벗어날 때 — 그 주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되, 본 연구의 질문과 구분되는 지점을 명확히 하고, 향후 연구로 배치합니다. 이때 관련 문헌 한두 편을 새로 인용하면 회피가 아니라 판단으로 읽힙니다.

심사위원 의견이 서로 충돌할 때 — 두 의견을 모두 인용해 상충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어느 쪽을 택했는지와 그 학술적 근거를 밝힙니다. 판단은 편집자에게 맡기되, 선택하지 않은 쪽의 요구도 부분적으로 반영할 방법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6부. 자주 나오는 코멘트와 대응 방향

코멘트 유형실제로 묻는 것대응
이론적 기여 부족기존 이론의 무엇이 바뀌는가서론·논의에 경계조건 진술 추가. 새 변수 추가는 답이 아님
표본 대표성이 표본으로 이 모집단을 말할 수 있는가수집 절차 상술, 인구통계 비교, 주장 범위 축소
공통방법편의상관이 측정 방식의 산물 아닌가절차적 처치 기술 + Harman·full collinearity·marker variable
내생성역인과·누락변수를 배제했는가통제변수 근거, 가능하면 도구변수·시차 설계, 아니면 한계 명시
측정 타당도척도가 개념을 재는가CR·AVE·HTMT 보고, 번안 절차, 사전조사 결과
모형 대안경쟁 모형보다 나은가대안 모형 추정 후 적합도·설명력 비교표 제시
실무적 시사점 빈약누가 무엇을 다르게 하는가대상별(관리자·정책·설계자)로 구체적 행동 제시
선행연구 누락이 저널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가지적된 문헌 + 해당 저널 최근 논문을 논의에 실질 반영
결과 해석 과잉계수가 그 말을 지지하는가효과크기 기준으로 서술 수위 조정, 유의성과 크기 구분
영문 교정 필요편집 시간을 쓰게 할 것인가전문 교정 후 증명서 첨부, 용어 일관성 표 작성

마무리

데스크 리젝은 원고의 질이 아니라 맞춤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 리비전은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설명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문서 — 커버레터와 답변서 — 는 본문만큼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습니다. 논문을 심사에 올려놓는 것도, 심사를 통과시키는 것도 결국 이 두 문서입니다.

심사의견을 받으셨다면

심사 코멘트와 원고를 함께 보내주시면, 어떤 요구가 필수이고 어떤 요구가 협상 가능한지, 추가 분석이 실제로 필요한지부터 정리해 드립니다. 답변서 구조와 문안, 재분석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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